초보자를 위한 훗카이도 여행 코스 짜는 방법

얼마 전 지인이 훗카이도 여행을 준비한다며 일정을 보여줬는데, 삿포로와 비에이, 하코다테, 오타루를 3박 4일 안에 모두 넣어둔 걸 보고 같이 한참 웃었습니다. 지도에서 보면 가까워 보이는데 실제로는 이동 시간이 꽤 길어서, 훗카이도는 욕심을 조금 덜어내야 훨씬 만족도가 올라가는 여행지입니다.
훗카이도는 일본 최북단에 있는 큰 섬이라 계절마다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겨울에는 눈과 온천, 여름에는 라벤더와 드라이브, 가을에는 단풍과 해산물이 강하고, 봄은 비교적 한적하게 도시 여행을 즐기기 좋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잘하려면 먼저 “어디를 많이 볼까”보다 “이번 여행의 중심을 무엇으로 잡을까”를 정하는 게 편합니다.
훗카이도 여행은 지역을 나눠서 잡는 게 편합니다
초보자라면 삿포로를 중심으로 오타루, 조잔케이, 노보리베츠 정도를 묶는 일정이 가장 무난합니다. 신치토세공항에서 삿포로까지는 열차로 대략 40분 안팎이라 첫날 피로가 덜하고, 대중교통으로 움직이기도 괜찮습니다. 오타루는 삿포로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아서 운하 산책, 유리 공예 거리, 해산물 덮밥 코스를 가볍게 넣기 좋습니다.
반대로 비에이와 후라노를 넣고 싶다면 일정이 조금 달라집니다. 삿포로에서 비에이까지는 열차나 버스로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이상 잡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여름 라벤더 시즌이나 겨울 설경 사진을 목표로 간다면 하루만 넣기보다 아사히카와나 비에이에서 1박을 하는 쪽이 덜 바쁩니다.
하코다테는 야경과 시장, 이국적인 거리 분위기가 매력적이지만 삿포로에서 꽤 멉니다. 열차로도 4시간 가까이 걸리는 편이라 3박 4일 일정에 무리해서 넣으면 이동만 하다 끝날 수 있습니다. 하코다테를 꼭 가고 싶다면 삿포로 중심 여행과 분리해서, 하코다테 1박 이상을 따로 확보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3박 4일이면 이렇게 잡으면 덜 피곤합니다
처음 가는 훗카이도라면 3박 4일 기준으로 삿포로 2박, 온천지나 오타루 근처 1박 정도가 편합니다. 예를 들어 첫날은 공항에서 삿포로로 이동해 스스키노나 오도리공원 주변을 산책하고, 둘째 날은 오타루 당일치기, 셋째 날은 노보리베츠나 조잔케이에서 온천을 즐기는 식입니다. 마지막 날은 공항 이동 시간을 감안해 쇼핑과 식사 위주로 여유를 두면 좋습니다.
비에이와 후라노가 목적이라면 삿포로 1박, 비에이 또는 아사히카와 1박, 다시 삿포로 1박처럼 짜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겨울에는 눈 때문에 버스나 열차 시간이 지연될 수 있어 환승이 많은 일정은 피하는 게 낫습니다. 특히 사진 명소만 여러 곳 찍고 오는 투어형 일정은 날씨가 받쳐주면 좋지만, 흐린 날에는 체력 대비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 도시 산책과 맛집 중심: 삿포로, 오타루, 조잔케이
- 눈 풍경과 온천 중심: 삿포로, 노보리베츠, 도야호
- 여름 풍경 중심: 후라노, 비에이, 아사히카와
- 야경과 항구 분위기 중심: 하코다테 단독 또는 남부 훗카이도
계절별로 준비가 꽤 달라집니다
훗카이도 겨울은 한국의 추운 날보다 더 오래 밖에 서 있게 되는 상황이 많습니다. 체감온도는 바람과 눈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보도에 얼음이 남아 있는 곳도 흔합니다. 패딩 하나만 믿기보다 미끄럼 방지 신발, 장갑, 귀를 덮는 모자, 얇은 내의까지 챙기면 훨씬 편합니다. 삿포로 눈축제 시기에는 숙박비가 평소보다 크게 오르는 편이라 항공권과 호텔을 일찍 보는 게 유리합니다.
여름은 의외로 선선해서 여행하기 좋습니다. 7월과 8월의 후라노, 비에이 쪽은 꽃밭과 언덕길 풍경이 좋아 렌터카 여행 만족도가 높습니다. 다만 인기 농장과 전망대는 낮 시간에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오전 일찍 움직이면 사진 찍기도 편하고 주차 스트레스도 줄어듭니다. 밤에는 기온이 내려갈 수 있어 얇은 겉옷 하나쯤은 필요합니다.
가을은 단풍과 먹거리가 강한 계절입니다. 대게, 성게, 연어알 같은 해산물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가격 차이가 꽤 납니다. 시장에서 무조건 유명한 메뉴만 고르기보다, 당일 추천 메뉴나 현지 손님이 많이 먹는 세트를 보는 편이 실속 있습니다. 사실 훗카이도는 편의점 우유, 요구르트, 옥수수 과자만 먹어도 소소하게 만족스러운 순간이 많습니다.
교통은 렌터카와 대중교통을 섞어 생각하면 좋습니다
삿포로와 오타루만 간다면 렌터카가 없어도 충분합니다. 주차비와 눈길 운전 부담을 생각하면 오히려 열차가 편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비에이, 후라노, 도야호 주변처럼 넓게 퍼진 명소를 돌려면 렌터카가 훨씬 자유롭습니다. 특히 여름 드라이브는 길이 넓고 풍경이 좋아 여행 기분이 제대로 납니다.
겨울 렌터카는 신중해야 합니다. 눈길 운전에 익숙하지 않다면 버스 투어나 열차 이동을 섞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훗카이도는 도시 간 거리가 길어서 하루에 200km 넘게 운전하는 일정도 쉽게 나옵니다. 운전자가 한 명뿐이라면 풍경을 즐기기보다 피로가 먼저 쌓일 수 있습니다.
교통패스는 무조건 이득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동 도시가 2곳 이하라면 개별 표가 더 저렴할 수 있고, 장거리 열차를 여러 번 탄다면 패스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여행 전에는 대략적인 구간과 횟수만 적어두고 비교하면 됩니다. 숫자로 보면 판단이 빨라집니다.
숙소와 식사는 위치가 절반입니다
삿포로 숙소는 삿포로역, 오도리, 스스키노 주변이 편합니다. 삿포로역은 공항과 다른 도시 이동이 좋고, 오도리는 중심부 산책이 편하며, 스스키노는 밤에 식당 선택지가 많습니다. 가족 여행이나 짐이 많은 여행은 역 근처가 편하고, 늦게까지 먹고 걷는 스타일이면 스스키노 쪽이 잘 맞습니다.
식사는 예약이 필요한 유명 가게만 노리면 일정이 뻣뻣해질 수 있습니다. 징기스칸, 수프카레, 미소라멘, 해산물 덮밥 정도만 큰 방향으로 잡아두고 현장에서 가까운 곳을 고르는 것도 괜찮습니다. 훗카이도는 재료 자체가 좋아서 아주 유명한 곳이 아니어도 만족스러운 식사가 꽤 많습니다.
처음 가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방식
처음 훗카이도를 간다면 3박 4일에 모든 지역을 넣기보다 삿포로와 근교를 제대로 즐기는 편을 추천합니다. 오타루에서 반나절 천천히 걷고, 저녁에는 삿포로에서 따뜻한 라멘을 먹고, 하루쯤은 온천에 들어가 눈이나 숲을 보는 일정이면 충분히 훗카이도답습니다.
훗카이도는 많이 찍고 돌아오는 여행보다 여백이 있을 때 더 매력적인 곳입니다. 이동 거리를 줄이면 음식도 더 천천히 고르게 되고, 날씨가 바뀌어도 일정이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다음에 또 올 이유를 남겨두는 쪽이, 이 넓은 섬을 가장 기분 좋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